Archives of Design Research
[ Article ]
Archives of Design Research - Vol. 30, No. 3, pp.127-141
ISSN: 1226-8046 (Print) 2288-298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17
Received 13 Apr 2017 Revised 26 Jun 2017 Accepted 04 Jul 2017
DOI: https://doi.org/10.15187/adr.2017.08.30.3.127

A Study on Masculinities of Korean Film Noir Genre in the 2000s

WonIlhoon ; 원일훈
College of Design & Art, Hongik University, Sejong Campus, Korea 홍익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 전공, 세종캠퍼스, 한국
2000년대 한국 필름느와르에 나타난 남성성

Background Today‘s masculinity studies have extended their frame over the field of social science, and it’s specify being used to interpret its text and background. Masculinity studies in conjunction to film are particularly gaining significance because films, popular films in particular, are strong cultural transmitters, and provide audiences with desired role models in the format of visual icons. Furthermore, the actions of actors on the screen have strong implication on the daily lives of the audience.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analyze the portrayal of masculinity in Korean film noir in the 2000s, and discuss its significance. Masculinity in film noir is the essential apparatus which determines the atmosphere and characteristics of the genre. Because the characters clearly reflect the archetypes of masculinity, based on the analysis, one can contemplate on the geographical and cultural distinctions in Korean society, and this study can assist further studies through a diverse and systematic approach to the spacio-temporal characteristics of Korean society.

Methods This paper will examine previous researches on the subject matter, and lay out the basic concepts of masculinity and film noir. A Bittersweet Life(2005), A Dirty Carnival(2006), Sunflower(2006), The Chaser(2008), and The Man from Nowhere(2010) will provide case studies for the analysis and representation of masculinity.

Results The distinctive traits of masculinity in Korean film noir in the 2000s shows a strong masculinist hegemony, but flexibly incorporates diverse masculinity through different times to create an ambiguous hybrid of masculinity.

Conclusion For the past few decades, the concept and essence of masculinity has changed dramatically. The study of men and masculinity has grown in global scale and the trend is gaining speed. Under these conditions, Korean film noir in the 2000s reflects characteristics of diverse masculinity through different times to create an ambiguous hybrid of masculinity and make it difficult to designate a uniform archetype of masculinity represented in film noir.

초록

연구배경 오늘날 남성성연구는 사회과학분야외의 영역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면서 텍스트들과 배경들을 풀어내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화와 연계된 남성성 연구는 영화가 상업적 대중문화의 주요 장르로서 강한 문화 전파력을 가지고 있고 관객들에게 유혹적인 역할모델을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의 시각적 아이콘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영화 인물들의 행위는 관객의 일상생활의 행위 방식에 분명한 함의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2000년대 한국 영화 중 특히 필름느와르film noir 장르의 영화에 나타난 남성성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 심층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했다. 필름느와르에서의 남성성은 장르 구성의 핵심장치로서 영화의 분위기와 성격을 결정짓는다. 또한 이들 영화의 인물들은 남성성의 원형적 특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 작업은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는 지역적, 문화적 특수성을 탐구하고,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는 시공간적 특성에 따른 남성성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방법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남성성의 기본 개념과 필름느와르에 관하여 살펴본 후 2000년대 필름느와르의 장르적 특징을 잘 드러내면서 비평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은 <달콤한 인생>(2005), <비열한 거리>(2006), <해바라기>(2006), <추격자>(2008), <아저씨>(2010)를 중심 분석대상으로 선정하고 영화에 재현된 남성상과 그들이 실행하는 남성성의 특성적인 면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연구결과 2000년대 필름느와르에 나타난 남성성에 대해 우리가 어느 정도 확실하게 지적할 수 있는 뚜렷한 특징은 강한남성 주의가 전면에서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다른 시대 다른 상황에서 경험되고 전시되던 다양한 남성성의 유형적 특징들이 유동적으로 한데 엮어져 모호한 모습의 혼종적 남성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 남성성은 지난 몇 십 년의 세월동안 현상과 본질 모두에서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남자들과 남성성에 관한 연구 분야도 전 지구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런 추세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2000년대 한국 필름느와르에는 다양한 남성성의 유형적 특징들이 유동적으로 한데 엮어져 모호한 모습의 혼종적 남성성의 특징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영화에 나타난 남성성들을 단순하게 특정한 어느 하나의 유형으로 규정하여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Keywords:

Masculinities, Film Noir, Masculism, Moral Values, Anti-Hero, Familism, 남성성, 필름느와르, 남성주의, 도덕적 가치관, 반영웅, 가족주의

1. 서론

‘남성성 Masculinity’은 남성의 인성(male personality)을 지칭하는 것(Huh, R. K., 2000, p. 104)이지만 단순히 하나의 성적 특질 혹은 성차가 아니다. 존 베논에 의하면 남성성은 남성들이 문화적으로 동화되어가는 어떤 것이고, 적절한 문화적 방식으로 재생산하도록 학습한 사회적 행위 규칙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Beynon, John, 2011, p. 15). 남성성에 관한 특정한 이미지와 속성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사회에 광범위하게 유포된다. 그리고 사회는 이러한 이미지와 속성들을 통해 남성성의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사회가 원하는 도덕성과 행동의 규범적인 양식을 규제하고 사회의 기존질서를 보호하게 된다. 결국 남성성에 관한 개념은 사회 구성원의 본성과 행위에 대한 관념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의 모든 이데올로기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남성성을 연구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원리와 작동에 대해 다루는 것이 되는 것이다.

현재 남성성 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들과 그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이론의 영역에 자리한다. 그중에서도 영화와 연계된 남성성 연구는 보다 특별하게 취급되고 있다. 이는 영화가 방송, 스포츠와 함께 상업적 대중문화의 주요 장르로서 강한 문화 전파력을 가지고 있고, 또한 관객들에게 유혹적이고 가용한 역할모델을 그들이 보기를 원하는 종류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의 시각적 아이콘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이클 로퍼와 존 토시(Michael Roper and John Tosh)의 주장에 의하면 이렇게 역할모델로 재현되는 영화 인물들의 행위는 관객의 일상생활의 행위 방식에 분명한 함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Roper and Tosh, 1991, p. 14).

영화에서의 남성성의 양상들이 우리 사회의 변화들을 전적으로 유발한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양상들이 사회가 보이고 있는 남성성의 변화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러한 점이 영화와 연계된 남성성 연구를 더욱 흥미롭고 중요한 텍스트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2000년대 한국 영화 중 특히 필름느와르(Film Noir) 영화에 나타난 남성성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 심층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000년대는 한국사회가 1997년의 외환 위기와 2008년의 금융 위기를 거치며 커다란 변화를 겪었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 수많은 한국 남성들이 실직을 당하고 거리로 내몰리면서 가족부양자로서 경제적 책임을 다하는 가부장의 권위적 특성과 연관되었던 전통적인 한국 남성의 위상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가 남성들에게 요구하는 이상적인 남성성도 급격하게 변화되어졌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요구는 영화에 재현되는 남성성에도 다양한 면모로 반영되었을 것이다.

특히 필름느와르는 남성성이 영화의 분위기와 성격을 결정짓는 장르 구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들 장르의 남성인물들은 남성성의 원형적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특징을 가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필름느와르에 재현된 남성성의 특징과 그 심층적 의미에 접근하는 것은 2000년대 한국사회의 급격한 남성성 변화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연구는 아직도 서구 중심 남성성이론이 주로 차용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는 지역적, 문화적 그리고 역사적 특성에 따른 남성성 연구를 활성화시키는 체계적인 접근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남성성의 기본 개념과 필름느와르에 관하여 살펴본 후 영화에 재현된 남성상과 그들이 실행하는 남성성의 특성적인 면에 대해 살피게 될 것이다. 분석대상은 <달콤한 인생>(2005)(전국관객수 1,271,595), <비열한 거리>(2006)(전국관객수 2,047,808), <해바라기>(2006)(전국관객수 1,543,429), <추격자>(2008)(전국관객수 5,071,619), <아저씨>(2010)(전국관객수 6,182,772)를 중심으로 하였다. 이들 영화들은 2000년대 필름느와르 영화들 중에서 느와르 장르적 특징을 잘 드러내면서 당시에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비평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이다. 이들 영화들이 당시 한국사회의 내외적 변화에 응하는 주류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공감을 얻었다는 것은 그 현실성에 대한 반증으로서 많은 것들을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선택의 이유이다.


2. 이론적 배경

2. 1. 남성성의 기본 개념

오늘날 우리가 남성성이라 부르는 것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시대, 특정한 환경에서 인식되어지는 ‘남자다움’ 혹은 ‘남성은 어떠해야 한다’는 젠더역할에 관한 극히 추상적이고 유동적인 사회적 실천 개념을 의미한다. 조혜정은 이러한 남성성의 개념에 대해 ‘남성다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남성다움(Masculinity)이란 남성으로 태어난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질과 자격, 해야 할 도리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남성 역할의 수행과 직결된 개념이라고 제시하고 있다(JO, H. J., 1990, p. 271).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실 남성성은 오랜 동안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애매하고 모호한 개념으로 인식 되어왔다. 그렇기에 남성성은 일련의 가정된 기질들에 쉽게 의존해왔다. 존 베논은 남성성에 대해 “단단하고, 육체적으로 힘 있고, 정신적으로 강하고, 경쟁적이고, 공격적이고, 지배적이고, 합리적이고, 비감성적이며 객관적임은 흔히 남성성의 전형적인 표식들로 제시되었다. 전통적으로 남성성에 귀속된 이러한 특성들은 여성성에 비해 우월한 것으로 제시되고 부드러움과 감성 및 양육적임과 같은 여성성의 속성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자주 힐난조로 사용되었다.”고 언술하고 있다(Beynon, John. 2011, p. 99-100).

그러나 여성주의자들의 지속적인 비판적 작업은, 문화적으로 과장하지 않는다면, 남녀 사이에 정신적 능력은 물론 심리적 특성의 어떠한 면모에서도 중요한 현상으로 취급할 만한 성차가 거의 없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의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직업과 성역할의 변화, 그리고 치열한 여성운동 등의 영향으로 현재에는 남성성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거나 자연적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들어지고 획득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개인들과 집단들에 의해 서로 다른 장소, 서로 다른 환경, 서로 다른 시대에 서로 다르게 형성되고 표현되는 문화의 소산"(Beynon, John. 2011, p. 15)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성성을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남성이라는 카테고리가 통시적이자 공시적으로 유동적인 것임을 의미한다(Song, Hi-Young, 2011, p. 332). 이는 남성이 확정된 단일한 개념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른 남성다움의 수많은 형식들과 표현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다양한 남성성들로 구성되어 있는 단수형 복수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급과 직업, 집단, 나이와 "종교, 민족성, 인종 같은 상이한 요인들이 역사적으로 변화하고 상호경쟁하면서 만들어지는 개념"(Song, Hi-Young, 2011, p. 332) 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은 수용주체에 따라 다른 정도의 영향력과 지속정도를 가진다.

이와 같이 남성성에는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와 반응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불가피하게 변모하는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속성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콘월과 린디스파르너(Cornwall and Lindisfarne, 1994) 같은 사회학자는 고정된 남성적 본질에 관해서 지극히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2. 2. 남성성에 관한 선행 연구

남성성에 대해서는 서구의 사회학에서 오랫동안 그 중요성이 인정되고 연구되어왔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이전까지는 남성성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 많은 청년 하위문화에 대한 연구에서 다루어지는 것과 같이 주로 간접적으로 연구되었다. 특히 1960년대까지의 남성성 연구는 2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한 직업과 성 역할에서의 급격한 변화와 치열한 여성운동이 영향을 미치면서 주로 여성성과의 배타성을 통해서 전통적인 가부장적 남성성의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며 논의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면서 남성성 논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 진입되는 과정의 급격한 사회구조변화, 게이운동의 성장, 그리고 보다 확대된 양성적인 정체성 수용 등 여러 요인들이 개인과 사회전반에 걸쳐 남성성이 경험되는 방식과 인식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송희영에 의하면 이 시기의 남성성연구는 주로 “남성이 사회적으로 부여 받은 성역할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가에 치우치는 경향”(Song, Hi-Young, 2011, p. 330)을 보였다.

1980년대의 다소간의 침체를 거쳐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남성성연구는 비로소 남성성 그 자체에 연구의 초점이 모아졌다. 그리고 이제까지 주로 영·미권을 중심으로 했던 지역성을 벗어나 국제적으로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성차(gender)연구가 활성화되면서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의 단순한 양분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남성성들이 분류되었다. 그리고 사회적인 구성물로서의 남성성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다양한 담론과 접근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현재에 이르러 남성성연구는 여성주의와 동성애 이론, 프로이드와 융의 심리분석,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기호학, 상징적 상호작용론에 이르는 다양한 이론들을 경유하여 접근되고 있다. 그리고 인종, 종족성, 계급, 남성성사이의 상호작용, 동성애와 섹슈얼리티 등의 전통적 주제로 부터 정치권력, 경제이익, 폭력, 범죄, 법, 아동학대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면서 문학, 언론, 미디어 연구프로그램, 사회학, 영화연구에서 텍스트들과 배경들을 풀어내는 수단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남성성연구도 1990년대에 접어들어 남성성에 관한 연구가 국제적으로 다양화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한국사회의 남성성연구는 주로 봉건지배, 식민 경험, 민족 분쟁과 이데올로기 대립이라는 굴곡진 역사 상황과 유교문화권이 끼쳐온 영향력, 반공 규율, 근대화 프로젝트의 문화 논리 등이 얽히는 한국적 남성성구축의 특수성을 설명하거나 급속하게 진행된 한국의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남성들이 요구받아온 가장으로서의 정체성 변화 등에 관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의 연구를 통해 진행되었다(Jongwoo Han & L.H.M Ling, 1998, p. 53-78). 그러나 그 결과들이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남성성에 유교 문화권이 끼쳐온 영향력에 주목하면서 한국적 남성성 구축의 특수성을 설명하는”(Park, L. Y. S., 2013, p. 155) 협소한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과 비교적 짧은 동안의 접근기간동안 서구이론을 차용하고 이식하는 과정에서 ‘남자’와 ‘남성’, ‘masculinity남성성’과 ‘manliness남자다움’, ‘sex성별’와 ‘gender성차’ 등의 성차연구에 관련된 단어나 용어의 개념과 구분이 확립되지 않은 문제점들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다행히 근래 들어서는 다양한 매체분야에서 드러나는 젠더 정체성이나 페미니즘 시각과 연계된 남성성의 변화 문제, 그리고 외환 위기 이후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의 위기로 인한 한국 남성성의 변화 문제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접근과 주제들에 관한 연구들이 많은 관심 속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라 용어 통일에 대한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2. 3. 필름느와르의 개념

필름느와르는 일반적으로 30년대의 세계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의 절망감과 어려움을 겪은 1940-5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했던 어둡고 거친 성향의 일련의 ‘블랙필름(black film) 혹은 어두운 영화’를 의미한다. 필름느와르는 한때 범죄영화의 하위범주로 간주되기도 하였지만 현재는 영화사에 있어 가장 변화무쌍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 영화 형태중의 하나로 할리우드 역사상 보기 드물게 높은 수준의 예술적 기교를 달성하기도 한 영화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필름느와르라는 용어는 프랑스 영화 애호가이자 평론가인 니노 프랑크(Nino Frank)가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몇 년간의 공백 끝에 1946년 7월 프랑스 파리 전역의 극장에서 개봉된 할리우드 범죄 영화 <말타의 매(The Maltese Falcon)>(1941), <로라(Laura)>(1944), <안녕, 내 사랑(Murder, My Sweet)>(1944), <이중 배상(Double Indemnity)>(1944), 그리고 <창속의 여인(The Woman in the Window)>(1945)에서 보인 새로운 경향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의 필름(Film)과 당시 프랑스 번역가 마르셀 듀아밀(Marcel Duhamel)이 출판하던 1930년대 미국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의 프랑스 번역본들을 지칭하던 ‘세리느와르(serie noir)’에서의 ‘느와르(black)’라는 단어를 합성하여 만든 것이다. ‘느와르’는 프랑스어로 ‘어두운’, ‘검은’, ‘우울한’, ‘절망적인’ 이라는 의미이다.

필름느와르는 주로 어둠과 도시를 배경으로 잔혹한 폭력과 범죄, 부패, 살인,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느슨해진 검열의 영향을 받은 혼외정사 등 자극적이고 성적인 소재들을 다루었다. 특히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위험하도록 강한 여성들과 나약한 남성들이 감당할 수 없는 운명에 휘둘리며 탐욕과 불안감, 성적 욕망에 잠겨 파멸에 이르러가는 과정을 무자비하지만 세련되고 시니컬하게 보여주었다.

영화 특유의 어둡고 비틀린 분위기는 20년대 독일 표현주의 필름과 1930년대 미국 호러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독특하고 강렬한 시각적 스타일로 양식화 되었는데 이는 강렬한 명암대비, 극단적으로 강조되는 실루엣과 깊은 그림자의 로우키 조명, 기괴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앵글, 압박적인 시각구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필름 느와르는 1940년대 초에 미국에서 처음 등장하여 스튜디오 시스템의 몰락 그리고 흑백영화의 쇠퇴와 함께 1960년경에 사라졌다고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필름느와르의 독특한 스타일와 장르적 관습들은 1970년경에 <차이나타운 (Chinatown)>(1974), <안녕 내 사랑(Farewell, My Lovely)>(1975), 그리고<보디 히트 (Body Heat)>(1982)같은 과거가 배경이거나 아니면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네오느와르’와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82)와 터미네이터 영화들(1984-2003), 그리고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2002)와 같은 테크노느와르라고 불리는 SF영화들로 계승되었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영화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매체와 디자인, 예술 영역에서 끊임없이 재창출되면서 개념의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동안 <달콤한 인생>(2005), <해바라기>(2006), <비열한 거리>(2006), <추격자>(2008), <아저씨>(2010), <신세계>(2012) 등 훌륭한 필름느와르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들 영화들에 대한 높은 관심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임에도 한국 필름느와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3. 2000년대 한국 필름느와르의 남성성

전통적으로 한국영화는 멜로드라마와 액션영화 두 장르를 주축 장르로 두고 코미디와 공포영화를 제3의 장르로 가지 쳐 왔다(Yu, J. N., 2005). 특히 액션장르영화 중 차가운 도시의 뒷골목에서의 갈등과 범죄를 어둡고 불안한 톤으로 다루는 <달콤한 인생>, <비열한 거리>, <해바라기>, <추격자>, <아저씨> 등은 필름느와르의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는 영화들이다.

<달콤한 인생>은 냉철하고 명민한 일처리로 보스 강사장의 절대적 신임을 받아 스카이라운지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완벽주의자 선우가 보스의 여자가 행한 일탈을 눈감아주는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이제까지의 모든 것을 잃고 소속되어 있던 조직과 전쟁을 벌여야만 하는 이야기이다. <비열한 거리>는 삼류조폭조직의 2인자 병두가 삶의 무게에 눌려 선택한 위험하지만 빠른 길 끝에서 맞닥뜨리는 배신과 절망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고 <해바라기>는 교도소에서 석방된 후 자신의 살인으로 인한 희생자의 가족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하는 거리의 양아치 오태식의 새로운 삶과 절망을 그린 이야기이다. <추격자>는 부패에 연루되어 경찰에서 파면된 후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다 자신이 고용한 윤락녀들이 납치되면서 그 범인으로 의심되는 연쇄살인범을 뒤쫓게 되는 출장안마사업자 엄중호의 이야기이고 <아저씨>는 불행한 사건으로 임신했던 아내를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운영하며 살아가던 전직 특수부대요원 차태식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옆집 소녀 소미가 마약과 연루된 범죄 집단에 납치되자 그녀를 구하기 위해 범죄자들의 뒤를 쫒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2000년대 한국 필름느와르에 나타난 남성성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3. 1. 강한남성 주의

2000년대는 한국 사회가 극심한 사회 문화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시기였다. 해방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압축적인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루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한국의 현대사에서도 이 시기는 1997년의 외환 위기와 2008년의 금융 위기로 촉발된 보다 급속한 변화가 강제되었고 이로 인한 사회 문화의 변동과 불안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로 많은 남성가장들이 실직을 당하고 거리로 내몰리면서 그들이 부양하고 지탱해오고 있다고 자부하던 가족과 남성 중심의 공동체가 급속도로 해체되고 분열되었다. 즉 이 시기는 그 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남성성의 근간으로 간주되어온 가족부양자로서 경제적 책임을 다하는 가부장의 권위적 특성과 연관되었던 전통적인 한국 남성의 위상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추락되었던 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을 배경으로 1990년대 한국영화의 주류를 이루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사랑스럽고 부드러웠던 남성들은 2000년대 들어 액션장르가 부흥하면서 거칠고 강인한 남성으로 크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어두운 도시의 이면이나 범죄의 세계를 배경으로 고독한 한 남자가 여성들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쇄살인범을 쫒거나 범죄 집단의 폭력에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필름느와르의 남성 정체성에 대한 초점은 격렬한 육체적 행동을 통해 적을 제압함으로서 주변을 지배한다는 강한남성 주의이다.

<달콤한 인생>의 선우, <비열한 거리>의 병두, <해바라기>의 오태식, <추격자>의 엄중호, <아저씨>의 차태식이 공통적으로 재현하는 남성상은 특히 강인하고 우월한 육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과묵하고, 용감하며, 임무 지향적이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책임감 있는 행동을 추구하는 ‘남자다운 남자’의 모습이다. 이들은 국가권력의 부패와 무능으로 인해 법의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뛰어난 육체적 능력으로 스스로를 구제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적에게 굴하기보다는 맞서 싸우고, 남에게 지시 받기보다는 자신의 뜻을 강요하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단성 있고 공격적인 존재들이다. 주인공들의 이러한 면모들은 남성적인 매력으로 드러난다. 영화들은 “남자다움이란 적어도 암암리에는 육체적인 남자다움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Bourdieu. Pierre., 2003, p. 22)는 몸의 논리를 충실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오늘날 남자들의 무의식 속에서 잃어버린 이상처럼 보이는 이러한 강한남성 주의 특성은 특히 영웅적이고 신화적인 남성성의 전통이 강한 서구에서 영화, T.V, 만화, 게임 등 대중문화에서의 건장한 남성 찬양을 통하여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남성성 형태로 주로 지속되어 왔다. 그리고 이것들은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가부장의 특성과도 일정 부분이 겹쳐진다. 주인공들이 스스로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 성격에 헌신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 내부의 적과 대적하여 용감하지만 희망이 없는 싸움을 벌이는 것을 통해서 명확히 증명되고 있다.

영화들의 강한남성 주의 특성은 액션 장르라는 특성과 결합되어 영화전반에 걸쳐 물리적인 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실체화된다. 원래부터 폭력성은 해부학과 생리학에서 출발한 성 담론에서 부드러움과 감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여성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반화된 남성성의 지배적인 특징과 관련된 요소이다. 특히 주인공들의 폭력은 필연적인 방어를 위한 정당방위나 자력구제 혹은 악을 응징하고 사회정의의 정립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서사논리와 결합되어 미화되고 정당화된다. 그리고 이렇게 미화된 폭력은 적대적 폭력집단과의 불공정한 대립과정에서 보이는 주인공들의 죽음의 위기를 무릅쓰는 의지력, 용기, 대담함, 공격성, 자기억제(감정의 자제와 남자는 울지 않는다)라는 고전적인 남성다움의 규범들과 반응하면서 강한남성 주의의 서사적 동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또한 거의 모든 필름느와르에서 갈등의 주요 해결 장치로 사용되는 ‘결투’라는 서사장치도 영화의 강한남성 주의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지 L. 모스에 의하면 결투는 전통적으로 남자다움과 명예, 영광과 기품을 추구하기 위해 남성들에게만 적용되던 귀족주의적 관념의 행동양식이다(Mosse, George Lachmann., 2004, p. 90 - 91). 그리고 코넬은 결투를 ‘남성성의 상징적 정의’(Connell, R. W., 2013, p. 285)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주인공들은 이러한 결투를 통해 그들의 목적과 가치관을 정당화시킨다. 그리고 남성다움의 또 다른 상징적인 요소인 명예까지 부여 받는다. 이렇게 명예로운 남성성은 심지어 <아저씨>에서 칼을 맞대는 주인공 태식과 킬러 람로완이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명예를 추구하는 일종의 연대를 형성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포장되어 재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강한남성 주의는 주인공들이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하고 사회적 정의를 완성하기 위해 벌이는 긴 싸움 끝에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하는 비장한 서사 진행을 통해 남성 영웅주의로 완성된다. 올바른 도덕성에 기초하여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대의(大義)에 헌신하는 것은 영웅적인 남성성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모스에 의하면 개인적인 차원을 초월하는 이 대의가 주인공들 개인의 삶과 죽음을 신성하게 만들고 그들을 영웅으로 정의하게 만드는 것이다(Mosse, George Lachmann., 2004, p. 90 - 91). 숭고한 목적이 희생과 하나로 결합되어 주인공들은 마침내 영화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관객이 기댈 수 있는 영웅이 된다.

3. 2. 올바른 도덕적 가치관

2000년대 한국 필름느와르의 영화 현실은 힘과 폭력이라는 남성적 질서 원칙이 모든 것의 척도로 제시되는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를 지배하는 강한 남성들에는 우월한 육체적 능력을 기반으로 적과 싸우는 단련된 전사라는 남성성의 고양된 이미지가 투영된다. 이들 영화들은 일종의 전사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신화학자이며 문화사가인 조르주 뒤메질에 의하면 전사는 인도 유럽 문명의 풍요로운 토양을 이루는 세 개의 각각 다른 지층인 왕, 전사, 농부라는 3개의 지층 중 중간층을 이루는 영역이다. 이들은 전쟁과 전투에서의 무력을 담당하는 계층이다(Bly, Robert., 2005, p. 240-243). 전사는 대단히 금욕적이고 조용하며 기품 있고 자제력 있으며 말장난이나 하는 자가 아닌 과묵한 남성이다(Beynon, John. 2011, p. 118). 이러한 성격적 특성은 <달콤한 인생>의 주인공 선우를 비롯한 <비열한 거리>의 병두, <해바라기>의 오태식, <아저씨>의 차태식, 그리고 무능한 경찰 대신에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추격자>의 엄중호 등 대다수 필름느와르 주인공들의 가장 두드러진 인물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단련된 육체와 무력보다는 올바른 도덕적 태도라는 가치관이다. 전사계층은 신학자이며 심리학자인 로버트 무어에 의해서는 단순히 육체적으로 단련된 병사(soldier)와 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참된 전사(warrior)로 크게 구분된다. 미국의 시인이자 80년대 남성운동의 지도자인 로버트 블라이에 의해서는 강건한 육체의 외면의 전사와 명철한 의식을 가진, 영혼의 집을 지켜 낼 만큼 깨어있고 활기찬 내면의 전사로 나누어진다. 이들을 구분하는 공통적인 기준점은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목적성이다. 즉 어떠한 가치관에 따라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에 따라 전사계층은 구분되어진다. 이들 영화들은 이러한 전사계층의 대립관계를 성립시킨다.

주인공들은 새로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해바라기>), 납치된 이웃집 소녀를 구하기 위해(<아저씨>), 자신의 강요에 의해 일을 나가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된 엄마를 딸에게 찾아주기 위해(<추격자>)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싸움을 벌이는 전사의 모습을 재현한다. 이들은 단련된 전사의 모습으로 일을 해결해 나가지만 단순히 힘에 의존하는 외면의 전사가 아니다. 이들은 근육보다는 도덕의 문제로 힘을 규정하고 자신을 넘어서는 대의 즉 초월적 이상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는 빛의 얼굴을 가진 내면의 전사, 참된 전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주인공과 대립하는 <달콤한 인생>, <해바라기>의 조직폭력배들, <아저씨>의 인신 매매범들 그리고 <추격자>의 연쇄살인범 영민은 우리 사회 내부의 부패를 상징한다. 이들은 육체적으로는 단련되어 있으나 자신의 탐욕과 이익을 위해 폭력을 휘두르고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하고 핍박한다. 신경증적인 광기에 휩싸여 가족을 해체시키고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이들 적대자들은 전사의 기백을 잃어버린 타락한 병사(soldier)이다. 영화는 이들 참된 전사와 타락한 병사의 대립관계를 통해 도덕과 정의라는 더 큰 선을 상기시키거나 추구하는 결말을 유도한다.

<아저씨>에서의 ‘람로완’은 이러한 특성 분류에서 흥미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영화를 통해 유일하게 주인공 태식과 견줄 수 있는 뛰어난 육체적 능력을 드러내는 인물로 비록 인신 매매범들에게 지시를 받지만 그들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행태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소미를 놓아주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인신 매매범들의 지시를 받고 태식에게 대적하는 인물로 그 충성의 대상이 다르기에 영웅이 될 수 없는 존재이다. 결정적으로 그의 행동에는 정의나 더 큰 선의 추구가 없기에 그는 사악한 전사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영화들은 이들 전사들이 대립과정 중 상처를 입었을 때 고통에 굴복하는 적대자들과 묵묵히 고난을 견디고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강인함을 대비시켜 전사가 대의를 따를 때에야 비로소 온갖 고난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몸을 가질 수 있다는 대의 추구의 기본 명제를 강조한다. 결국 강한 육체적 능력을 드러내는 남자주인공들과 적대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남자주인공들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대의에 헌신한다는 것이고 이들이 헌신하는 숭고한 목적은 반드시 올바른 도덕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체적인 면모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며 사회의 정의를 수호하는 참된 전사의 면모는 올바른 도덕적 태도라는 영웅주의의 본질요소이자 고전적 미덕을 충족시키고 더욱 강화한다.

3. 3. 섬세하고 불안한 반영웅

2000년대 한국 필름느와르의 주인공들은 강하고 결단력 있지만 난폭하고 감정표현에 서툰 극단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과거의 이별, 배신, 사랑하는 이의 죽음 등으로 인해 영혼과 감정의 자아에 상처를 입고 자기 소외와 고립을 자초하는 불안정하게 굴절된 외톨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나름대로의 윤리와 고결성을 지니고 있기에 사회와 충돌하며 갈등을 겪는 ‘반영웅’들이다. 이들이 드러내는 세상에 대한 환멸과 피곤 그리고 내면의 취약함으로 인해 고통 받는 섬세하고 연약한 남성의 모습은 <달콤한 인생>의 선우나 <아저씨>의 차태식, <추격자>에서의 엄중호의 모습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달콤한 인생>의 선우는 조직폭력배의 일원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지정된 시간에 보스에게 그날의 수입을 보고하고 똑같은 시간에 송금하며 그가 맡은 스카이라운지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인물이다. 그는 작은 쓰레기조차도 스카이라운지에 버려져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스카이라운지를 자신만의 세계로 구축해 지하세계의 그 어떤 것도 자신의 신성한 세계에 들여놓고 싶어 하지 않는 고립된 존재이다. 그의 단정한 블랙 정장슈트의 한 점 흐트러짐도 없는 냉철한 모습 뒤에는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스스로를 조이는 강박이 존재한다. 밤에도 결코 잠들지 못하고 불을 켠 채로 소파에서 밤을 지새우는 불안하고 외로운 존재이기에 선우는 보스 강사장에게서 기댈 수 있는 어떤 존재의 모습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이 무너졌을 때 그의 내면의 상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저씨>의 차태식은 불행한 사건으로 임신했던 아내를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일상성, 침묵, 냉정함만이 그의 생활이다. 그런 태식에게 역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옆집 소녀 소미가 다가온다. 그러나 너무나 깊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그는 결코 소미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지 못한다. 소미가 도둑으로 몰리고 태식에게 도움을 바라지만 그는 이를 외면한다. 그야말로 이 세상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으로 “위협적이고 불연속적인 세계로부터 도피하고자하는 욕망”(Sim, J. K., 2003, p. 1274)이 드러난다. 이렇게 사회와 격리되고 단절되었던 태식은 그에게 다가왔던 소중한 존재가 파괴될 것 같은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추격자>의 엄중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엄중호도 실직과 함께 지난 삶의 모든 자취를 잃고 더 이상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느끼지 못한다.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며 여성들을 착취하는 “무기력하고 반사회적이고, 성마르고, 타인에게 버림받은 낙오자”(Bly, Robert. 2005, p. 132)의 모습은 분명히 내면의 어떤 부분이 병들어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주인공들의 불안, 고립, 상실, 소극성 그리고 내면의 섬세함들은 서구영화에서 전통적으로 그려왔던 강인하고 용감하며 책임감과 매력 그리고 합리성으로 포장된 정형화된 영웅적 남성상에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특성들이다. 이것들은 로버트 블라이에 의하면 전통적 남성상의 매력과 허세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던 결여의 특성들이다(Bly, Robert. 2005, p. 31). 이들의 내면의 상처와 불안하고 고립된 자아는 결국 주인공들을 위협적이고 불연속적인 현실세계와 또다시 대립하게 만들고 결국 맞닥뜨린 문제의 해결을 오직 폭력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에는 파멸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3. 4. 상업성에 추동되어 전시된 근육질의 몸

액션영화에서 영웅은 장르의 특성상 몸에 대한 초점을 통해 결정된다. 주인공의 영웅적인 몸은 적과 동료의 그것을 능가하는 우월한 것으로, 재빠르고 강인한 것으로 판명된다. 이러한 영웅의 강인한 몸이 1980년대 이후 남성을 성적대상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큰 사업이 되면서 잘 빠진 근육질의 상업적 대상물로 전환되었다(Beynon, John., 2011, p. 176-177).

2000년대 필름느와르의 남자 영웅이라는 전시 상품은 성적 매력과 육체적 가치를 최대한 잘 드러내기 위하여, 매끈한 근육질 몸매에 다듬어진 용모, 패션에 민감한 감성으로 외향적으로 보다 여성화되고, 부드럽고, 도회적인 특징을 드러낸다. <달콤한 인생>, <비열한 거리>, <아저씨> 등 거의 모든 필름느와르 주인공들의 매력적이면서도 잘 착장된 검은 슈트의 외장 그리고 특히 <해바라기>나 <아저씨>에서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오태식과 차태식의 벗은 몸이 그러하다. 이들이 보여주는 단단한 상체의 섹슈얼리티는 이상적인 남성 육체의 아름다움과 스타일, 남성의 몸의 관능성을 표상하며 여성 응시자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요인이자 미학적 형상물”(Song, Hi-Young. 2011, p. 335)로서의 역할을 한다.

<아저씨>에서의 욕실 시퀀스는 이러한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다. 소미를 구하려던 시도가 실패한 태식은 본격적인 전투를 준비한다. 그는 욕실에서 벌거벗은 상체를 드러내고 모호한 성정체성을 나타내는 장발을 짧게 자른 후 검은 슈트를 착장하는 일종의 전투를 준비하는 제의를 치른다. 이러한 태식의 욕실 시퀀스는 남성의 몸을 대중의 시각 속에 드러내는 것을 스토리 속에 통합시키고 벗은 남자의 몸에 장시간 주의를 기울 일 수 있는 서사적 구실을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들을 통해서 보이는 태식의 벗은 몸은 “남성의 몸 자체가 욕망의 대상, 감각적 향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깨우쳐”(Yun, J. W., 2010, p. 287-288) 준다. 그리고 남성의 몸이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추동되고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대중의 욕망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오랫동안 몸에 대한 시선의 주 대상은 여성이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여성의 몸이 에로틱한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독점적인 위치를 누려왔다. 벗은 남자의 몸에 대한 시선은 암묵적으로 터부시 되어왔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잘 가꿔진 몸매와 여성적 외모 그리고 나르시시즘의 자아도취적이고 관능적인 부드러운 남자가 등장하면서 바라봄의 정치학에서 변화가 이루어졌다. 남성을 향한 남성의 응시가 여성을 향한 남성의 응시에 합류해 (남성을 향한 여성의 응시, 심지어 여성을 향한 여성의 응시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용납될 만한 것이 되면서 여성의 몸을 관음증적으로 성애화하고 시각적 에로티카로 포장하는 일이 남자의 몸으로 이전되고 남자의 육체 자체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Beynon, John, 2011, p. 176-177).

이제 남자의 육체는 현대에 들어서서 남자다움에 대한 관념을 결정하고 판단하는 기준(Beynon, John, 2011, p. 201)으로서 미디어에 의해 작동하는 규율권력이며 가치의 상징이다. 특히 대중소비시장의 새로운 출구 역할을 하고 있기에 잘 단련되고 다듬어진 육체의 남성이 매력적이고 섹시한 여성만큼이나 자주 영화와 광고를 비롯한 대중 매체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5. 가족주의-영웅의 기준 가치

원래 한국사회의 문화적 속성 중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가족이다. 한국사회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압축적인 산업화를 이룩하면서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가 분열되고 가족적 가치관이 많이 약화되는 등 형태적으로는 커다란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나 문화 전반의 내적인 작용에 있어서 가족 관계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변함없이 강고하다. 2000년대 한국 필름느와르들은 이러한 가족관계를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에 대항하고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한국적 콘텍스트의 선행변수로서 활용하고 있다.

이들 영화들은 <비열한 거리>처럼 직접적으로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가장 중요한 삶의 기준점으로 제시하거나 <추격자>, <해바라기>, <아저씨>에서처럼 해체된 가족이라는 영화현실 속에서 사회적 소외계층간의 연대를 통해서 숨겨진 가족 관계를 설정하고 한국사회의 가족과 혈연에 대한 집착을 이어간다.

<추격자>에서 엄중호와 은지는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된 엄마 미진을 추적하는 과정 중에 숨겨진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설정한다. 이러한 숨겨진 가족 관계는 병원 응급실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은지와 보호자로서의 엄중호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저씨>에서는 가방을 훔친 이유로 추궁당하는 소미가 차태식을 아버지로 지목하는 것이나 문방구 할아버지가 태식에게 부모로서의 도리를 언급하는 장면, 그리고 결말에서 태식이 소미에게 한번 안아보자고 하는 장면을 통해 소미를 태식이 잃어버린 딸의 역할로 치환시키고 있다.

<해바라기> 역시 친아들을 죽인 살인범 오태식을 자식으로 품는 양덕자나 자신을 거부하는 최희주를 오빠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녀의 생활에 개입하고자 하는 오태식의 태도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오태식이 하던 방식으로 수첩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적고 이를 실천해가는 최희주의 모습을 통해 이들의 관계가 심리적 가족의 관계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형성된 숨겨진 가족관계는 영화의 남성주의에 설득력 있는 서사동기를 제공하고 관객의 공감대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회의 주변인으로 머물던 주인공들이 소중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배들과 희망 없는 싸움을 벌이는 서사와 이러한 남성적 영웅 행위가 가족에 대한 헌신과 사랑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플롯은 확실히 전형적이지만 여전히 선호되는 관객 설득 요소이다. 또한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오빠와 여동생이라는 숨겨진 가족 관계 설정은 관객이 느끼는 주인공의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난 육체적 능력과의 거리감(특히 남성관객이 느끼는 거리감)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버지, 아들, 오빠의 역할에서 제공되는 익숙함을 통해 관객들은 육체적 능력 차이에서 오는 위화감을 해소시키고 쉽게 극중 인물과 동일시될 수 있는 것이다.

<아저씨>에서 인신매매범 만석과 종석 형제도 가족으로서의 이기적인 우애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탐욕과 이익을 위해 다른 가족을 공격하고 해체시킨다. 이들은 육체적으로 뛰어날지라도 가족적 가치관을 붕괴시키기 때문에 적이 될 수밖에 없는 불법적인 세계의 거짓 가족이다. 영웅은 강건한 육체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족을 보호하고 가족적 가치관을 수호해야만 한다. 주인공들은 가족의 보호라는 행위를 통해 이러한 영웅의 기준 가치를 충족시킨다.

그리고 가족이 국가권력 특히 사법조직의 무능과 불성실로 인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영화의 서사 상황은 자력구제 가족주의로 투사된다. 주인공들은 가족의 보호라는 더 큰 선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법을 어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제공한다. <아저씨>에서의 차태식은 소미를 구하기 위해 <추격자>에서 엄중호는 은지의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그리고 종국에는 은지로부터 오직 하나뿐인 가족을 앗아간 살인범에게 복수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법을 어기는 것은 가능하거나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바라기>의 오태식도 양덕자와 희주를 지키기 위해 조판수 일당을 파멸시킨다. 이처럼 주인공들에게는 사회의 모든 도덕체계에서 가족의 보호가 최 일선에 놓이는 것이다.

분명히 이 영화들은 가족의 가치가 붕괴된 사회. 분열된 가족이라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지만 통일된 가족 단위를 재구축하는 것이 해피 엔딩의 일부임을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각인시킨다. 주인공들은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가족주의의 중심에 서있다.

3. 6. 여성성의 주변화

거의 모든 한국 필름느와르의 남성성은 전형적인 방식의 이분법적 성별틀 안에서 규범화된다. 남자 주인공들은 육체적으로 강건하고 유능하며 대의를 성취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시키는 도덕적으로도 우월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능동적으로 서사를 이끌고 변화를 주도한다. 이에 반해 영화의 여성 인물들은 남성들에 비해 수동적이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며 주변으로 밀려난다. 여성들은 주로 모성이 강조되는 어머니나 가족, 희생자 혹은 피해자이거나 성적인 매력만을 내세우는 전형적인 유형의 틀 속에서 성애화된 주변적인 존재로서만 재현된다.

이러한 상황은 신화에서 말하는 운명의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는 여성, 소위 비밀의 여인이나 인생의 반려자 클래식 느와르의 팜므 파탈이 <비열한 거리>에서는 첫사랑 현지라는 순종적이고 이상적이지만 수동적인 여인으로, <해바라기>에서는 양덕자라는 모성의 여인과 최희주라는 심리적 가족으로, <추격자>에서는 은지, <아저씨>에서는 소미라는 딸을 상징하는 심리적 가족으로 대치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추격자>의 미진이나 <아저씨>의 효정, <달콤한 인생>에서 보스의 젊은 애인 희수처럼 남성들의 폭력 앞에 무력하거나 희생자로서의 수동적 역할만 허용된 여성 인물들은 강인하고 긍정적인 인물로서의 가능성을 차단당한다. 그리고 <아저씨>에서의 아이를 돌보지 않는 엄마 효정이나 장기매매를 위해 아이들을 인신매매 하는 개미굴 노파처럼 부정적인 여성인물 설정은 강한 여성혐오적 분위기까지 드러내면서 영화의 여성성들을 부재화하거나 노골적으로 주변부로 밀어낸다.

심지어 <아저씨>에서는 태식에게 아이의 양육과 관계개선에 대해 조언을 하는 문방구 노인에서의 경우처럼, 여성들에게 기대되는 부드러움과 감성 혹은 양육적임과 같은 전통적인 여성성의 긍정적인 속성들까지도 남성이 전달하도록 설정되어 남성성의 주도를 강조한다.

이러한 여성성의 부재와 주변화라는 영화적 재현은 결국 여성들을 위축시키거나 부인함으로써 그들을 복종시키려는 남성적 권력에 의한 지배적 재현의 경향을 은연중에 강조할 수밖에 없게 된다.


4. 요약 및 결론

2000년대 한국 필름 느와르에 나타난 남성성은 이와 같이 강한남성 주의, 올바른 도덕적 가치관, 섬세하고 불안한 반영웅, 상업성에 추동되어 전시된 근육질의 몸, 가족주의 그리고 여성성의 부재화를 통한 강화로 특징지어진다.

특히 2000년대 한국 필름느와르는 강한남성 주의를 강조한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이나 조직폭력에 몸담은 강한 남성들이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용감하지만 희망이 없는 싸움을 벌이면서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 성격에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법의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뛰어난 육체적 능력으로 적에게 굴하기보다는 맞서 싸우고, 과단성 있고 공격적으로 스스로를 구제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들은 의지력, 용기, 대담함, 공격성, 자기억제라는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남성다움의 규범을 충족시키며 스스로를 관객이 기댈 수 있는 영웅으로 성형시킨다.

이들은 거칠고 강인한 단련된 전사이다. 그러나 이들은 근육보다는 도덕의 문제로 힘을 규정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적 태도로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대의에 헌신하는 참된 전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본질요소는 우월하고 강한 육체적 능력이 아니라 올바른 도덕적 태도라는 정신적인 면모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가 관통하는 2000년대는 한국사회의 남자들에게 남성성을 재확인하는 의무를 강요하는 시기였다. 한국 남성들은 스스로의 눈에 비추어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성성에 이르기 위한 동기를 찾도록 요구받았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남성성은 성적·사회적 능력으로 이해되는 남자에게 주어진 짐이며 사회적으로 저절로 강요되는 의무라고 언술한 바 있다(Bourdieu, Pierre. 2003, p. 72-73). 2000년대 한국의 필름느와르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의 강요에 의한 지속적인 긴장의 해소를 대리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격렬하고 적극적인 몸짓으로 무너져가는 남성성의 상실과 경직된 사회체제에 저항하면서 남성들을 재남성화하고 남성의 권위와 남성다움의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필름느와르의 인물들은 이처럼 전통적이고 이상적인 남성다운 남성의 강한남성 주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과거의 상처로 인해 자기 소외와 고립을 자초하는 불안정한 외톨이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윤리와 고결성을 지니고 있기에 사회와 충돌하며 갈등을 겪는 반영웅들이다. 이들은 이전에는 여성적인 것들로 간주되어 전통적인 남성영웅들이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불안, 고립, 상실, 소극성 그리고 내면의 섬세한 면모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들은 80년대 이후의 상업성에 추동된 매끄럽게 다듬어진 근육질 몸매와 세련된 도회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이들이 보여주는 이상적인 남성 육체의 아름다움과 스타일, 남성의 몸이 주는 관능성은 남성의 몸 자체가 여성 응시자의 욕망의 대상으로서 구매욕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자 미학적 형상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이들은 스스로를 희생시켜 가족을 보호하고 영웅적 남성성을 구축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동기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가족의 보호는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기준 가치가 된다. 그리고 통일된 가족 단위를 재구축하는 것이 해피엔딩의 일부임을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각인시킴으로서 가족의 가치를 강조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그리고 70년대의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와 80년대의 에로티시즘영화를 포함하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영화의 주축장르였던 멜로영화가 주로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한 갈등관계를 다루어온 것에 더해 스펙터클을 중심으로 한 액션장르에서도 일면 신파적 요소로 보일 수 있는 가족애가 한국 영화의 주요 구성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남성성의 특성들은 여성성들을 배제하거나 특히 주변화시키는 방식을 통하여 강화된다. 남성들은 보다 강건하고 유능하며 도덕적으로도 우월한 존재로 구축되고 여성 인물들은 수동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표상된다. 이러한 영화의 이분법적 성별틀 방식은 이들 영화들이 결국 여성들을 위축시키거나 부인하고 그들을 복종시키려는 남성 지배적 사회질서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남성적 권력의 재생산을 주장하는 이미지로 억지로 채워 만든 허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다.

영화의 남성들은 이 외에도 다양한 남성 역할을 수행한다. <추격자>의 엄중호처럼 끊임없이 물질적인 욕망과 폭력성을 드러내고 <해바라기>의 태식처럼 모성적인 대상에 집착하기도 한다. <달콤한 인생>의 선우나 <아저씨>의 태식, <비열한 거리>의 병두처럼 남자 동료들과의 연대를 중시하는 전통적 남성성의 특성 일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아저씨>에서의 태식이나 종석처럼 자아도취적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특질은 “다른 시대 다른 상황에서 경험되고 전시되던 다양한 남성성의 유형적 특징들”(Beynon, John. Masculinities and Culture, p. 205)이다. 2000년대 한국 필름느와르에는 이러한 다양한 남성성의 유형적 특성들이 유동적으로 결합되어 모호한 형태로 표상되는 혼종적 남성성의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전면에서의 강한남성 주의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영화들에서 보이는 이러한 다양한 남성성의 유형과 특성들은 영화의 남성성을 단순하게 특정한 어느 하나의 유형으로 규정하여 설명하기 쉽지 않게 만든다.

남성성은 지난 몇 십 년의 세월동안 현상과 본질 모두에서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남자들과 남성성에 관한 연구 분야도 전 지구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속도를 더 하고 있다. 이제 단순한 생물학적 차이에 기반을 둔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남성성은 더 이상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없다. 여성은 여성의 권리와 여성 평등을 위해 남성 특권에 끝없이 도전하고 있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누려왔던 전통적인 남성적 권위들은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느 정도 확실하게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많은 남성들이 이러한 다양한 상황과 시대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는 다양한 남성성들을 나름대로 지지하고 향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디어에 재현되는 변화한 남성성은 이러한 사실을 지지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done by 2013 Hongik University Research Fund.

이 논문은 2013학년도 홍익대학교 해외 연구년 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지원되었음.

Notes

Citation : Won, I. (2017). A Study on Masculinities of Korean Film Noir Genre in the 2000s.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0(3), 127-141.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ferences

  • Beynon, J. (2011). Masculinities and Culture (Lim, I. H. Trans.). Seoul: Korea University Press. (Original work published 2002).
  • Bourdieu, P. (2003). La domination masculine (Kim, Y. S. Trans.). Seoul: Dongmunseon. (Original work published 1998).
  • Bly, R. (2005). Iron John: A Book about Men (H. J. Lee, Trans.). Seoul: Siatbooks. (Original work published 1990).
  • Carries, M. C. (1992). Manful Assertions: Masculinities in Britain Since 1800. Edited by Michael Roper and John Tosh (New York: Routledge, Chapman and Hall, 1991. x plus 221 pp.).
  • Connell, R. W. (2013). Msculinities (Ahn, S. W., Hyun, M. Trans.). Seoul: imagine pub. (Original work published 2005).
  • Cornwall, A., & Lindisfarne, N. (1994). Dislocating Masculinity: Comparative Ethnographies.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 Han, J., & Ling, L. H. M. (1998). Authoritarianism in the hypermasculinized state: Hybridity, patriarchy, and capitalism in Korea.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42(1), 53-78, [https://doi.org/10.1111/0020-8833.00069] .
  • Harvey C. M. (2010). Manliness (Lee, G. J. Trans.). Seoul: Ewho publishing company. (Original work published 2007).
  • Ho, H. C. (2000). 한국영화 100년[100 years of Korean films]. Seoul: Literature & Thought.
  • Huh, R. K. (2000). 남성성에 관하여[about Masculinity]. Journal of Center for Women's and Cultural Theory, 2, 94-113.
  • Hwang, H. J. (2011). A Critical Approach to Thriller Films as Male-centric Narratives : Focusing on <The Man from Nowhere> & <I Saw the Devil>].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artoon & Animation Studies, 22, 65-80.
  • Jeffords, S. (2002). Hard Bodies: Hollywood Masculinity in the Reagan Era (Lee, H. S. Trans.). Seoul: Dongmunseon. (Original work published 1993).
  • JO, H. J. (1990). '남성다움'의 구성과 재구성: 사회적 기능과 존속기제를 중심으로, 한국의 여성과 남성[Women and men in Korea]. Seoul: Moonji Publishing Co.,Ltd.
  • Jung, Y. S. (2003). 한국의 남성성`-`사람 죽이는 억지 춘향[Masculinity of Korea]. Literature & Society, 16(3), 1220-1238.
  • Kim, K. (2006). On Reconstruction of Juissance and Fantasy of Oedipal Ideology in Korean Cinema after <Shiri>. Journal of Korean Film Association, 28, 53-77.
  • Kim, M. H. (2006). A Study on Masculinity of Yeonsan and Jang-saeng in ‘The King’s Man’ in Terms of Neumann’s Psychology. Journal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Literature and Film, 7(1), 35-59.
  • Langford, B. (2010). Film Genre: Hollywood and Beyond (Bang, H. J. Trans.). Seoul: Hannarae Publishing co. (Original work published 2005).
  • Lee. C. (2014). 영화 속 젠더 지평[Gender prospect in Movie]. Seoul: Sogang University Press.
  • Lee. G. (2012). From Strong Men to Beautiful Men: How Male Portrayals are Changed in Korean Men's Magazines from 1970s to 1990s. Journal of Korean Women's Association for Communication Studies, 22.
  • Lehman, P., & Luhr, W. (2009). Thinking about Movies: watching, questioning, enjoing (Lee, H. S. Trans.). Seoul: MyungIn books. (Original work published 1999).
  • Mosse, G. L. (2004). The Image of Man, The Creatiion of Modern Masculinity (Lee, G. J. Trans.). Seoul: Moonye Publishing. co., Ltd. (Original work published 1996).
  • Park, L. Y. S. (2013). 패권적 ‘남성성’의 역사[History of Supremacy Masculinity]. Journal of Moonhwagwahak, 76, 151-184.
  • Robert, B. (2005). Iron John: A Book about Men (H. J. Lee, Trans.). Seoul: Siatbooks. (Original work published 1990).
  • Sim, Y. S. (2000, 03). 최근 한국영화들에 나타난 남성상[Masculinity of in recent Korean films] Retrieved from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31014.
  • Song, H. Y. (2011). Die Männerkörper in der Werbung, "It's a Men's World". Journal of Koreanische Kafka Gesellschaft, 25, 329-349.
  • Yu, J. N. (2005). 한국영화사공부 1980-1997[A Study of Korean film history 1980-1997]. Seoul: Eche.
  • Yun, J. W. (2010). '꽃미남'과 '씩스팩'-대중문화 속 오늘의 남성성[Today's Masculinity in public culture]. Journal of Scholars for English Studies in Korea, 28, 278-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