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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후로서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As a Symptomatic Phenomenon: The 2006 Korea Public Design Awards
  • Chang Sup Oh : Department of Industrial Design, Konkuk University, Seoul, Korea
  • 오 창섭 :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서울, 대한민국

연구배경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2005년 말에 결성된 공공디자인문화포럼에서 추진한 행사였다.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형성 과정과 그 조직에서 진행한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살펴본다면 당시 공공디자인과 관련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등장과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하나의 징후적 현상으로 보고, 그 이면에 자리하는 무의식과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밝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연구방법 본 논문은 문헌분석과 함께 관계성 속에서 내용을 도출하는 해석학적 방법을 연구 방법으로 취하고 있다. 이 방법은 현상 이면에 자리하면서 그 모습으로 현상하게 하는 무의식적 힘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연구는 공모전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자, 당시 회의록, 신문 기사, 인터뷰, 관련 문헌을 비교하며 해석학적 방법을 통해 도출한 내용을 비평적으로 서술하면서 결론에 이르고 있다.

연구결과 연구 결과 공공디자인을 매개로 만들어진 디자인계 최초의 조직이었던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진행했던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 다음 3가지 무의식의 내용을 밝힐 수 있었다. 첫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시상제도라는 형식을 통해 권위를 확보하고자 했다. 둘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공간과 시설물 중심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만들어내었다. 20개의 수상작 중 공간 영역이 18개였고, 시설물 영역이 2개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셋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제도화된 권력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탑다운 방식의 정치성을 지향했다. 현실 정치에 편승하려는 포럼의 움직임은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2008년에 해체되었다.

결론 본 연구를 통해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등장 과정을 고찰하였고, 그 조직에서 추진했던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이면에 자리하는 무의식의 내용과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밝혔다.

Abstract, Translated

Background The 2006 Korea Public Design Awards were held by the Public Design Culture Forum, which was formed at the end of 2005. Looking at the process of forming the Public Design Culture Forum and the 2006 Korea Public Design Awards that was conducted by the organization, we can understand the contents related to public design at that time. In this context, this paper examines the emergence of the Public Design Culture Forum and the 2006 Korea Public Design Awards as a symptomatic phenomenon, and aims to reveal the unconsciousness and understanding of public design behind it.

Methods This paper adopts a hermeneutic method that derives contents from relations with literature analysis. This method is effective in revealing the unconscious force that is located behind the phenomenon. The study has reached a conclusion by critically describing the content derived through the analysis of booklets, meeting records, newspaper articles, interviews, and related literature.

Results As a result, the following three unconscious contents were revealed in the 2006 Korea Public Design Awards, which was held by the Public Design Culture Forum, the first public design organization in South Korea. First, the Public Design Culture Forum tried to secure authority through the form of an award system. Second, the Public Design Culture Forum created an understanding of public design that was centered on space and facilities. Of the 20 winners, there were 18 space award winners and 2 facility award winners. Third, the Public Design Culture Forum tried to spread public design in a top-down manner, which was closely related to power institutions. The forum, which relied on a political organization, reached its limits in response to changes in the political landscape, and as a result disbanded in 2008.

Conclusions This study examined the emergence of the Public Design Culture Forum and revealed the understanding of the unconscious contents and public design behind the 2006 Korea Public Design Awards.

Keywords:
Public Design, Public Design Award, Public Design Culture Forum, Design Culture,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대상, 공공디자인문화포럼, 디자인문화.
pISSN: 1226-8046
eISSN: 2288-2987
Publisher: 한국디자인학회Publisher: 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Received: 09 Aug, 2019
Revised: 19 Aug, 2019
Accepted: 19 Aug, 2019
Printed: 31, Aug, 2019
Volume: 32 Issue: 3
Page: 123 ~ 135
DOI: https://doi.org/10.15187/adr.2019.08.32.3.123
Corresponding Author: Chang Sup Oh (changsup@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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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ding Information ▼
Citation: Oh, C. S. (2019). As a symptomatic phenomenon: The 2006 Korea Public Design Awards. Archives of Design Research, 32(3), 123-135.

Copyright :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educational and non-commercial use,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1. 서론
1. 1. 연구 배경 및 목적

2001년 12월,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관련 문제의식을 드러냈던 전시 <de-sign korea: 디자인의 공공성에 대한 상상>은 큰 사회적 반향 없이 디자인계 내부 행사로 끝났다. 오창섭(Oh, 2018)에 의하면, 공공디자인이 대중적 관심 영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몇 년 후 벌어진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다. 2004년 1월부터 불거진 자동차 번호판 디자인 논란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공디자인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관련 논의와 실천은 2011년 무렵까지 꾸준히 확대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정치적 지형의 변화와 반성의 움직임 속에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점차 수그러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공공디자인 진흥에 관한 법률’이 2016년에 제정되면서 공공디자인은 다시 디자인계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논의는 시기에 따른 부침은 있었지만 대중의 관심 영역으로 부상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디자인에 대한 보편적이고 명확한 정의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떤 이들은 대상에 방점을 두고 공공디자인을 정의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실행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공공디자인을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공공디자인을 정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개념적 혼란의 와중에도 많은 공공디자인 사업들이 ‘OOO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유된 이해 없이 이전까지 해왔던 디자인 행위의 연장선에서 실천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념에 대한 빈약한 이해로 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출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어떤 방식으로 공공디자인이 이해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향후 공공디자인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논문은 공공디자인이 제도적 차원에서 시작된 출발점에 주목한다. 특히 공공디자인 공모전을 그 대상으로 하는데, 이는 행사 속성상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지향점을 명확히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출발 시기는 언제였을까? 2017년 8월 29일, ‘문화역서울284’에서는 <공공디자인 10년, 방향과 가치>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는 문화관광체육부가 주최해왔던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의 역대 수상작을 통해 10년간의 공공디자인의 흐름을 돌아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전시를 소개하는 책자(KCDF, 2017)에는 “2008년 처음 시작한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표현만 놓고 보면 이 땅에서 열린 최초의 공공디자인 공모전은 2008년에 있었던 공공디자인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08년 공공디자인대상은 최초의 공공디자인 공모전이 아니었다. 그 행사가 있기 2년 전인 2006년에 이미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이라는 이름의 공공디자인 공모전이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2005년 말에 결성된 공공디자인문화포럼에서 추진한 행사였다. 이 공모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디자인공모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10여 회의 공공디자인대상 공모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현재 전국 곳곳에서 공공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여러 관련 사업들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짓는데도 큰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과 이 행사를 추진했던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형성 과정을 살펴본다면 당시 상황은 물론 초기에 공공디자인이 어떻게 이해되고 전개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등장과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하나의 징후적 현상으로 보고, 그 이면에 자리하는 무의식과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밝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1. 2. 연구 범위 및 방법

본 연구는 2005년 말에 결성된 공공디자인문화포럼과 그 포럼에서 진행한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공모전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징후적 현상으로서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의 진행방식과 내용에 내재한 무의식을 살피기 위해 본 논문은 크게 두 가지 하위문제를 제시하고 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선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공모전과 이를 추진한 주체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공모전을 둘러싼 징후적 현상들을 이해하는 토대로 자리하는데, 논문의 2장에서 그 내용을 다루었다. 둘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왜 첫 사업으로 공모전을 개최했고, 왜 그런 방식으로 공모전을 진행했으며, 왜 그런 수상작을 선정했는가? 이 문제는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태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3장에서 다루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행위나 실천이 의식의 산물이라고 믿는다. 의식의 산물이라는 것은 왜 그런 행위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어떤 행위나 실천 중에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의식의 차원에서는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행위나 실천은 의식의 산물이 아니다. 프로이트(Freud, 2014)는 의식의 산물이 아닌 그런 현상을 무의식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의식의 차원에서 쉽게 설명할 수 없고, 설명되지 않는 행위들, 그것이 바로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징후인 것이다. 프로이트는 말을 더듬거나 말실수와 같은 현상들을 예로 들었다. 무의식은 바로 드러나지 않고 오로지 하나의 징후로만 나타난다. 징후는 지각할 수 있는 현상으로 일종의 기표라 할 수 있다. 징후가 의미하는바, 다시 말해 징후의 기의를 알기 위해서는 그것이 자리하는 맥락 속에서 다른 징후들과 관계성을 파악하는 해석의 과정이 필요하다.


Figure 1 Research area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문헌분석과 함께 관계성 속에서 내용을 도출하는 해석학적 접근을 연구 방법으로 취하고 있다. 이 방법은 현상 이면에 자리하면서 그 모습으로 현상하게 하는 무의식적 힘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연구가 다루는 구체적인 대상은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공모전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자 <쾌적한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당시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회의록, 신문 기사, 인터뷰, 관련 문헌이다. 연구는 이를 대상으로 해석학적 방법을 통해 도출한 내용을 비평적으로 서술하면서 결론에 이르고 있다.

2.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출현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진행한 행사였다. 전시 책자(Public Design Culture Forum, 2006)에 의하면, 추진 주체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공공디자인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창의력의 원천, 더 나아가 국가브랜드의 출발점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법과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조직되었다. 구성원은 “국회 문광위원회를 비롯하여 산자위, 건교위, 행자위, 보건복지위 등 공공디자인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국회 상임위에 소속된 여야 국회위원과 행정부처, 학계 및 기업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의 공공디자인 전문가들과 실무자”로 이루어졌다.

그 시작은 관련 영역에 관심이 있었던 국회의원 박찬숙과 한양대 교수 윤종영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윤종영은 2004년 자동차 번호판 디자인에 관여하면서, 그리고 그 디자인이 국민적 논란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면서 공공디자인의 가능성을 체험했다. 윤종영에 의하면 (Interview with Yoon, 2019) 이후 강원도로 옥외광고 시찰을 가는 자리에서 만난 국회의원 박찬숙과의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갖고 관련 조직의 결성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박찬숙은 평소 패션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그녀는 ‘이야기가 있는 옷 전시회’를 2005년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박찬숙과 조직 결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윤종영은 서울대학교 교수 권영걸을 만난다. 공공디자인을 이슈로 만들려면 영향력 있는 디자인계 인물을 내세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서울대에서 공간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었던 권영걸은 당시 색체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윤종영과의 만남에서 권영걸은 대중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공디자인이 새로운 디자인계 화두로 부상할 수 있음을 직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동차번호판 사건 이후 국민적 관심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공공디자인을 담당하는 문화관광체육부 조직이었던 공간문화과가 관련 법제정을 추진 중이었으며, 박찬숙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정은 쉽게 내려졌다. 권영걸은 임기가 채 끝나지 않은 색채학회 회장직을 교수 김경돈에게 넘기고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공통대표직을 받아들였다.

2005년 12월 3일, 서울대 미대 학장실에 일군의 디자인계 인사들이 모였다. 인치호, 김 현, 정강화, 홍석일, 박인학, 배병길 등이 그들인데, 그 모임은 포럼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자리였다. 회의는 권영걸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회의 기록에 따르면 서로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 후 박찬숙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문화부관광체육부 장관 정동채에게 공공디자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이야기, 서기관 우상일이 과장으로 있는 문화부 공간문화과에서 간판을 포함한 공공디자인으로 개념을 확장해 공공디자인진흥법을 입법화하고 있다는 이야기, 산업디자인진흥원(KIDP)을 문화부 산하에 ‘공공디자인진흥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 학계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사단법인으로 공공디자인학회를 만들자는 이야기,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봉사의 차원에서 포럼 결성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 포럼은 정책 집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힘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 등이 오갔다.

그날 회의의 핵심 주제는 공공디자인 관련 포럼을 발족하자는 것이었는데, 회의 결과 포럼의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뿐만 아니라 12월 8일 국회 앞 렉싱턴 호텔 2층에서 창립식을 갖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2005년 12월 8일,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예정된 장소에서 창립되었다.

포럼을 발족하고 나서 공공디자인학회 출범이 바로 추진되었다. 학회를 추진했던 이들은 포럼의 디자인계 인사들이었다. 2006년 1월 12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렸던 회의에서 초대 회장이었던 권영걸(Minutes of the meeting held at Maple Hall, 2006)은 학회가 “아카데미즘과 프로페셔널리즘이 조화를 이루게 할 수 있도록 실사구시를 지향”한다고 밝혔고, 같은 해 1월 21일 회의에서도 권영걸(Minutes of the meeting held at Jirisan, 2006)은 “협회의 성격을 지닌 학회”이어야 한다고 방향을 규정하였다. 이는 초기 공공디자인학회가 연구보다는 구체적인 실행에 방점이 놓일 것을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실제로 학회는 연구보다 행사와 사업에 치중하면서 포럼의 실행기관 역할을 하였고, 포럼이 문을 닫은 2008년 이후에도 그러한 움직임은 하나의 관성으로 남아 지속되었다.

학회의 공식 출범은 2006년 2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디자인 대국민 정책토론회 직후 이루어졌다. 초기 공공디자인학회는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실무조직에 가까웠다.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주최한 공공디자인 대국민 정책토론회 자료집(Public Design Culture Forum, 2006)에 한국공공디자인학회가 주관 기관으로 기록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대국민 정책토론회는 공동대표였던 박찬숙의 사회로 권영걸, 윤종영, 인치호, 배병길, 우상일의 주제발표와 박형준, 노현송, 허엽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권영걸은 ‘나에게서 우리로, 양의 삶에서 질의 삶으로, 공공디자인’을 발표했고, 윤종영은 ‘공공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본 자동차 번호판’에 대해 발표했다. 인치호는 ‘분당과 타마시의 가로시설물들’에 대해 발표했으며, 배병길은 ‘공공 공간디자인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당시 공간문화과 과장이었던 우상일은 ‘공공디자인, 행정기관의 현주소’라는 제목으로 행정기관 공공디자인 사례들을 발표했다.

이날 정책 토론회는 포럼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행사였다. 토론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는 2개의 전시회도 동시에 개최되었다. 그 하나는 <국민이 싫어하는 공공디자인>이라는 이름의 전시였는데,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진행한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하는 공공디자인’에 대한 네티즌 설문조사 결과를 벽에 전시한 것이다. 행사 책자(Public Design Culture Forum, 2006)에 의하면 설문조사는 2006년 2월 13일과 14일 양일간 진행되었는데, 총 64,674명의 네티즌이 참여했다. 네티즌들은 개선되어야할 공공디자인으로 간판과 옥외광고물을 1위로 꼽았다. 그리고 자동차 번호판, 주민등록증, 공중화장실, 장애우 시설물 순서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Figure 2 2006 Korea Public Design Awards Exhibition Material and Poster

로비의 또 다른 쪽에서는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수상작 전시가 공공디자인 우수사례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16개 광역단체에서 3-5개의 공공디자인 사례를 추천받았는데, 총 54점이 응모했다. 매체에 공개된 내용이나 심사평에는 55점이 응모한 것으로 나타나 있으나 행사 책자(Public Design Culture Forum, 2006)의 응모작 목록에는 54개만 나타나 있다. 공모전은 급하게 진행되었다. 2006년 1월 19일 회의 때에도 공모전의 정확한 명칭이 결정되지 않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상’으로 불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Minutes of the Promotion Committee of the Korea Public Design Culture Forum on January 19, 2006) 16개 광역단체의 추천은 2월 15일까지 이루어졌고, 1, 2차 심사과정을 거쳐 수상대상 입선작 20여점을 선정했다. 입선작 선정은 주최 측에서 진행했는데, 서울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지역별로 고르게 안배되었다. 그리고 2006년 2월 17일,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최종심사에서 대상 1점과 최우수상 4점, 우수상 15점을 선정하였다. 최종심사는 국회의원과 교수, 언론인으로 구성된 13인의 심사위원이 담당했는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민철홍과 국회의원 임태희가 공동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대상은 서울시의 청계천복원사업에 돌아갔다. 서울시는 이 이외에도 중앙버스전용차로 승강대 및 편의 시설물이 최우수상에 선정되었고, 서울숲 만들기 사업이 우수상을 받았다. 작품을 응모한 16개 광역단체 중 11개 광역단체가 상을 받았다. 그 수상 내용은 Table 1과 같다.

Table 1
Winners and their fields

수상내용 수상작 지역 영역
대상 청계천 복원사업 서울특별시 공간
최우수상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인천광역시 공간
YMCA 무지개 마당 광주광역시 공간
자연친화형 카페 강원도 공간
중앙전용버스차로 승강대 서울특별시 시설물
우수상 서울숲 만들기 사업 서울특별시 공간
광한대교 부산광역시 공간
개항기 역사문화의 거리 인천광역시 공간
월미공원 전망대 인천광역시 공간
광주디자인센터 광주광역시 공간
푸른길 조성사업 광주광역시 공간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경기도 공간
양구 박수근 미술관 강원도 공간
강릉 아름다운 화장실 강원도 공간
무심천 서문교 조형물 충청북도 시설물
유달산 야간 경관조명 전라남도 공간
여수시 하수처리 시설 전라남도 공간
문경석탄박물관 경상북도 공간
마산시립문신미술관 경상북도 공간
제주국제 컨벤션센터 제주도 공간

3.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의 무의식
3. 1. 시상제도라는 형식을 통한 권위 확보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추진했던 첫 사업이었다.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왜 첫 사업으로 공공디자인 대상이라는 시상제도를 택했을까? 이 물음은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공공디자인을 매개로 무엇을 욕망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상이란 잘한 일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그 일을 장려하기 위해 주는 물질적, 혹은 상징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어떤 일이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판단하는 주체, 상을 주어 잘한 일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주체는 일반적으로 권위를 가진 자이다. 예를 들어 부모는 자녀가 어떤 일을 잘했을 때 상을 주어 칭찬한다. 교사도 학생이 어떤 일을 잘했을 때 상을 주어 격려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학생이 교사에게 상을 주어 칭찬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은 왠지 어색해 보인다. 그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상은 속성상 권위 있는 자가 내용을 판단하고 수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 예에서 상을 주는 부모나 교사는 자녀나 학생과의 관계에서 권위를 가진 자인 것이다.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 상을 주어 칭찬한 주체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권위를 가진 주체였을까? 이제 막 출범한 조직, 아직 존재가 알려지지도 않은 조직이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사실, 다시 말해 아직 권위를 확보하지 못한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상황이 오히려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첫 사업으로 추진하게 한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상이란 것이 갖는 속성, 즉 ‘권위 있는 주체가 상을 준다’라는 일반적인 이해를 이용하려고 했다. 그것은 어떤 역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을 준다는 것에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역전형상이란 권위 있는 주체가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을 줌으로써 권위를 획득하는 도치가 자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바로 이러한 도치를 통해 공공디자인 영역에서의 권위를 얻으려고 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상은 잘한 일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어떤 행위나 그 결과가 잘한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은 권위를 가진 자가 세우는데, 거기에는 추구해야 할 가치와 지향점이 자리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심부름을 한 자녀에게 상을 주었다면 부모는 부모의 요구에 따라 심부름을 하는 것이 자녀가 갖추어야 하나의 미덕이자 가치라고 믿는 것이다. 교사가 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상을 주었다면 교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을 잘 보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고 학생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 믿는 것이다. 따라서 상은 상을 주고받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기준에 반영된 가치와 지향점을 확대하고 강화하려는 보다 큰 목적에 봉사한다.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도 사용성, 주변조화성, 친환경성, 사후관리성, 경제성, 심미성 등의 외적인 선정 기준이 있었다.(Minutes of the Promotion Committee of the Korea Public Design Culture Forum on January 19, 2006) 이러한 기준은 향후 공공디자인을 실천함에 있어 그러한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포럼의 의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디자인에서 흔히 이야기되어왔던 일반적인 내용 이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외적인 선정 기준이 아니라 무의식적 차원에 자리하는 또 다른 기준이다. 그것은 명시적으로 표명되지는 않았지만 나타난 현상을 통해 드러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의식적 차원에 자리하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행정 관료, 정치인, 시민들에게 존재를 드러내고, 그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가 여부는 수상작 선정에 자리하고 있었던 중요한 무의식적 기준이었다. 디자인계의 관심이나 참여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반 공모가 아닌 16개 광역단체에서 공공디자인 사례를 추천받았다는 사실은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만일 일반 공모를 했다면 관련분야에서 일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관심을 가지고 응모를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사업이 공공디자인이라는 이해와는 다른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생겨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역단체의 추천이라는 방식으로 공모전이 진행되면서 그 가능성은 사라졌고, 그에 따라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행정 관료들이 관심을 가지는 행사가 되었다.

그리고 수상작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었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상을 받은 지자체는 수상 내용을 하나의 업적으로 홍보했는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공공디자인은 물론이고 공공디자인문화포럼과 공공디자인대상 공모전의 존재가 시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상을 받았다 하더라도 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 예를 들어 입선이나 특선을 받았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수상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공모전에는 입선이나 특선이라는 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낮은 상이 우수상이었고, 그 위에 최우수상이 있었으며, 최고상의 명칭은 대상이었다. 이러한 상의 명칭과 구성으로 인해 가장 낮은 우수상을 받았더라도 상을 받은 지자체는 특별한 불편함이나 거리낌 없이 홍보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대상이 당시 논란과 관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던 청계천 복원사업에 돌아갔다는 사실도 그러한 무의식적 기준이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은 많은 논란으로 시민적 관심의 대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미 관심을 받고 있던 사업에 최고상인 대상을 수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공디자인과 공공디자인대상, 더 나아가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라는 조직의 존재를 알릴 수 있었다.

3. 2. 공간과 시설물 중심의 공공디자인 이해

수상작의 영역별 내용을 보면 총 20개의 수상작 중 공간 영역이 18개이고 시설물 영역이 2개임을 알 수 있다. 시설물 영역이 2개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수상작이 공간 영역에서 나왔다. 그렇다고 응모작 중에 다른 영역의 응모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모전 책자(Public Design Culture Forum, 2006)에 의하면,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전광역시의 첨단과학도시 대전이미지광고, 강원도의 홍보 책자, 충청북도의 시내버스 색채디자인, 충청남도의 안내 표지판, 전라북도의 사인보드, 제주도의 제주 CI와 같이 다른 성격의 응모작도 있었다. 하지만 입선작을 선정한 1, 2차 심사과정에서 탈락함으로써 이 작품들은 수상작에 들지 못했다.

2006년 2월 17일,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최종심사는 입선작을 대상으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입선작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는 수상작의 영역을 바꿀 수 없었다. 그 결과 최종 수상작은 공간과 시설물 위주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다.

수상 결과는 이후 공공디자인이 공간과 시설물 위주의 하드웨어적 영역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2004년 자동차 번호판 사건으로 공공디자인이 국민적 관심으로 부상할 때만 해도 공공디자인에 대한 그러한 이해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동차 번호판을 비롯한 간판이나 스트리트퍼니처, 신분증, 서식 등이 공공디자인의 주된 영역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하지만 2005년 말 디자인계가 공공디자인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공공디자인은 공간과 시설물 중심의 영역이라는 이해가 만들어졌고, 그러한 이해는 빠르게 확산되어 자리 잡기 시작했다. 2년 후인 2008년 문화관광체육부 주최로 이루어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의 응모 분야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2008) 2008년 공모전의 응모분야는 크게 3개의 영역, 즉 도시환경디자인, 주거환경디자인, 공공시설‧정보‧용품디자인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공간디자인 영역이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의 연장선상에서 공공디자인이 이해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상은 2004년 자동차 번호판 사건으로 공공디자인이 대중적 관심으로 부상할 무렵의 분위기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자동차 번호판 사건이 있고 얼마 후 <동아일보>는 ‘공공디자인이 도시를 바꾼다’라는 제목으로 공공디자인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여기에서는 5개의 영역이 기사로 다루어졌는데, ‘1. 움직이는 디자인: 차량과 차량번호판’, ‘2. 기능과 미관의 조화: 거리의 가구들’, ‘3. 도시의 표정: 간판과 도시 색채’, ‘4. ‘속옷’같은 미학: 신분증과 서식’, ‘5. 상징과 생산성: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CI’이 그것이었다. 기사의 내용 구성은 당시에 공공디자인이 공간이나 시설물 위주의 영역으로 이해되고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앞서 보았듯이 2006년 2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디자인 대국민 정책토론회에서 당시 공간문화과 과장이었던 우상일의 발표 내용도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이 자리에서 우상일은 ‘공공디자인, 행정기관의 현주소’라는 제목으로 행정기관 공공디자인 사례들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여권, 공항서체, 행정서식, 정부기관의 로고, 교과서, 환경미화원의 제복, 공공기관의 실내 디자인 등이었다.

그렇다면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는 왜 공간과 시설물 위주의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을까? 왜 일상의 다양한 시각문화 영역이 배제되고 거대 공간 사업이나 도시 시설물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의 대상이 바뀐 것일까? 여기에는 초기 공공디자인에 관여했던 디자인계 인사들의 전공 영역이 공간디자인과 제품디자인 중심이었다는 사실이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포럼의 대표였던 권영걸의 전공이 공간디자인이었고, 포럼 결성에 역할을 한 윤종영의 전공 또한 제품디자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초기 포럼과 학회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사들의 전공 영역을 보면 제품디자인과 공간디자인 분야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러한 결과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지, 공공디자인을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과 연결하려는 욕망, 그리고 공공디자인 영역을 이끄는 주체로서의 권위를 획득하려는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무의식적 의지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토목사업은 예산도 많이 소요되고 관련된 이해관계자도 많기 때문에 사업 추진 주체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런 사업들의 규모와 완공되었을 때 스펙터클한 풍경이 제공하는 아우라 때문에 그것을 공공디자인이라고 호명하는 것은 공공디자인대상 추진 주체의 의지와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유용했다. 실무를 강조하는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분위기 속에서 공공디자인은 도시 공간과 시설물의 미학적 개선 활동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역사성이나 문화적 가치를 유지 발전시키기보다는 근대 모더니즘 미학을 실현시키는 것이었다. 무질서하다는 이유로 과거의 흔적을 걷어내고 문화적 표식들을 제거하는 것은 근대 모던디자인의 특징이었다.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이러한 모던디자인의 연장선상에서 도시를 바라보았고, 그 미학을 도시 공간과 시설물에 적용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포럼의 대표였던 권영걸이 쾌적함을 강조하며 “비우는 도시”라든가 “이제 도시를 비우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와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은 그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Kwon, 2008)


Figure 3 2006 Korea Public Design Award, 1st Prize, Cheonggyecheon Restoration Project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는 청계천복원사업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청계천복원사업은 대규모 공간 토목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 정치인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급기야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청계천복원사업을 대상으로 선정함으로써 그러한 성격의 사업이 바로 공공디자인이라고 규정했던 것이다. 이는 이후 정치인과 관료들이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유사한 사업을 공공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게 했다.(Oh, 2012) 그 결과 공간과 시설물 중심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는 더욱 강화되어 갔던 것이다.

3. 3. 탑다운 방식의 정치성

일반적으로 정치는 권력을 획득하고 획득한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국가를 운영하는 활동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러한 활동은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결집한 정당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정당을 중심으로 한 입법 권력은 질서유지를 위한 법을 만들고, 사법 권력은 그것을 집행한다. 정권을 잡은 정당은 행정 권력을 장악하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다양한 행정적인 조치를 취하며 국가를 운영한다.

정치가 이루어지는 국가는 일반적으로 상부구조로 이해된다. 그런데 가라타니 고진(Kojin, 2005)은 “경제를 하부구조로, 국가나 네이션을 상부구조로 보는 시점에 반대”하면서 국가 역시 “넓은 의미의 교환 유형”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농업 공동체는 증여라는 교환방식에 따르고, 자본주의 도시사회는 화폐에 의한 교환 방식을 따르며,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의 방식을 따른다. 가라타니 고진은 서로 다른 교환방식에 따라 각각의 사회가 규정되는데, 수탈과 재분배가 국가를 국가이게 하는 교환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세금을 걷거나 강제적으로 부역을 하게 하는 것을 일종의 수탈로 보고 있는 것이다.

수탈과 재분배라는 교환체계로 국가를 이해하는 가라타니 고진(Kojin, 2005)은 그것을 운영하는 정치 활동 역시 같은 맥락에서, 즉 “지속적으로 강탈하기 위해서는 피강탈자를 다른 강탈자로부터 보호하거나 산업을 육성시킬 필요”가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한다. 그는 노동력을 유지하고 생산성을 향상해 수탈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재분배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권력에 의한 정치적 행위가 폭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도화되고 관례화되면 자연스러움의 외피 아래로 권력의 폭력성은 숨어버린다. 그리하여 행정기관, 사법기관, 국회의 권력 행사는 심지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바로 이러한 제도화된 권력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국회와 행정기관의 힘에 의지한다면 삶의 물리적 환경을 국가적 차원에서 개조하려는 자신들의 목표가 보다 수월하게 실현될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행사 자료집(Public Design Culture Forum, 2006)에 의하면, 그들의 목표는 “국가 브랜드” 구축, 혹은 “나라와 도시의 이미지 정체성 확립”이라는 언표로 구체화되었는데, 공공디자인의 대상영역이라고 규정한 도시환경, 공공건축, 교통시설, 편의시설, 공급시설, 정보매체, 상징매체, 관련 법규 등의 개선을 통해 그 목표에 이를 수 있다고 그들은 믿었다.

그런데 이러한 믿음은 특정한 미학이 반영된 스펙터클한 풍경의 창출을 통해 상품으로서의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되었다.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야기했지만 실제적으로는 도시를 하나의 관람의 대상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삶이란 것이 총체적 경험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관람은 주로 시각에 중심을 둔 경험이다. 관람의 대상으로 도시를 대하는 것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활 주체가 아니라 관광객들의 경험 방식이다. 관광객들이 도시를 이런 방식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도시를 팔려고 하는 이들은 차별화된 스펙터클한 풍경을 연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는 도시에 대한 이러한 이해가 분명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대상을 받은 청계천 복원사업은 물론이고, 우수상을 받은 박물관, 카페, 다양한 이름의 거리들, 야간 경관조명 등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려는 지역의 욕망과 무의식이 반영된 사업의 결과물들이다.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지배적인 상품으로서 도시라는 이해를 수용하면서 현실 정치의 지형 안에 공공디자인을 위치시키려고 했다.

정치에 편승하는 움직임 때문에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추진했던 주체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러한 방법은 소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따라서 효율적이지 못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들에게는 현실 정치권력을 매개로 한 위로부터의 변화가 오히려 효율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방식은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조급함도 해소해 줄 수 있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조직 구성과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급하게 추진되었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헤게모니를 빨리 장악하려는 무의식적 의지가 이러한 조급함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조급함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하나의 시민적 운동으로 접근 가능했던 길을 포기하고 국민 계몽의 차원에서 공공디자인을 접근하도록 한 것이다.

계몽이란 알고 있는 자가 모르는 자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움직임이다. 모르는 것은 공포를 만들어낸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Adorno & Horkheimer, 2002)에 따르면 계몽은 “인간에게서 공포를 몰아내고 인간을 주인으로 세운다는 목표를 추구”해 왔다. 그들은 계몽의 움직임이 계몽주의 이후의 움직임이라는 일반적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계몽은 인간이 신화를 만들어내던 시기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신화의 시기에는 왜 그렇게 존재하는지를 알 수 없었던 자연이 계몽의 대상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연의 강력한 힘 앞에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그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화라는 형식으로 계몽의 움직임을 작동시켰던 것이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Adorno & Horkheimer, 2002)는 “이성의 차가운 빛 아래서는 새로운 야만의 싹이 자라난다.”고 말했다. 그것은 계몽이 지배의 움직임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연의 폭력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매 걸음마다 인간에 대한 체계의 폭력이 점점 커져가는 부조리한 상황”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성을 매개로 한 계몽은 지배를 위해 획일화를 요구하고 그 과정에 고유함이 상실되는 야만이 싹트는 것이다.

탑다운 방식으로 공공디자인을 이해시키고 확산시키려는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움직임은 획일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계몽의 움직임 속에서 공공디자인의 다양한 가능성은 삭제되었고,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주장하는 것이 곧 공공디자인으로 받아들여지며 확산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이야기했던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어내었다. 200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붐을 이루었던 공공디자인이 2010년을 지나면서 비판에 봉착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현실 정치에 편승하려는 움직임 또한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한계에 봉착했고, 박찬숙이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2008년에 해체되었다.

4. 결론

본 논문은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등장과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하나의 징후적 현상으로 보고, 그 조직의 출현과 행사에 자리하는 무의식적 이해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공공디자인을 매개로 만들어진 최초의 조직이었는데, 2008년 폐지될 때까지 공공디자인학회를 실행조직으로 두고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토론회, 아침 세미나 등을 진행하였다.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진행한 최초의 행사였다. 이 행사는 디자인계가 공공디자인에 관여하기 시작할 무렵 공공디자인에 대해 어떠한 이해와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연구 결과 200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 자리하는 무의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시상제도라는 형식을 통해 권위를 확보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상은 권위 있는 주체가 수여하는데 당시 권위를 확보하지 못한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통해 공공디자인 영역에서의 권위를 얻으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행정 관료와 정치인, 그리고 시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시상제도를 이용했는데, 일반 공모가 아닌 16개 광역단체에서 공공디자인 사례를 추천받아 진행되었다는 사실, 수상작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었다는 사실, 청계천 복원사업이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공간과 시설물 중심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만들어내었다. 20개의 수상작 중 공간 영역이 18개였고, 시설물 영역이 2개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수상 결과는 초기 공공디자인에 관여했던 디자인계 인사들의 전공 영역이 공간디자인과 제품디자인 중심이었다는 사실과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지, 공공디자인을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과 연결하려는 욕망, 그리고 공공디자인 영역을 이끄는 주체로서의 권위를 획득하려는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무의식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해는 이후 공공디자인이 공간과 시설물 위주의 하드웨어적 영역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셋째,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은 제도화된 권력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탑다운 방식의 정치성을 지향했다. 이는 도시 환경을 국가적 차원에서 개조하려는 목표에 현실 정치권력을 매개로 한 방법이 효율적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공디자인에 대한 헤게모니를 빠른 시간 안에 장악하고 싶다는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의 무의식적 의지도 반영된 것이었다. 하지만 탑다운 방식의 계몽적 움직임은 2010년을 지나면서 비판에 직면했고, 현실 정치에 편승하려는 움직임 또한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한계에 봉착했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done by 2017 Konkuk University Research 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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