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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심볼과 로고타입, 지정서체, 전용색상 등 PI(Party Identity)에 관한 규정이다. PI는 정당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드러내는 상징물로써 정당의 이미지를 대변하기 때문에 양당 모두 반드시 그 사용규정을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상징체계는 홍보인쇄물과 주요선거홍보물 전체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원형이 된다.

선거 당시의 공직선거법(법률 제14073호, 시행 2016.3.3.)이 정한 법정인쇄홍보매체인 선거벽보와 책자형 선거공보(점자형 선거공보 포함)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거벽보는 선거유세기간에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각 지역구에 게시되는 포스터 형태의 홍보물이며, 선거공보는 마찬가지로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가정으로 직접 발송되는 책자 형태의 홍보물이다. 이러한 홍보물에는 인쇄규격과 제출기한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주요선거홍보물에 대한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예시를 제공한다. 주요선거홍보물은 후보자와 운동원들이 선거유세에서 사용하는 인쇄물 외의 홍보도구로, 크게 명함, 어깨띠 및 유니폼, 현수막, 유세차량으로 나눌 수 있다. 명함 배포 및 현수막 게시방법, 유니폼 착용 시 주의점과 차량용 장비 사용가능 시간 등에 대한 세부적인 공직선거법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슬로건은 정당과 후보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집약한 문장으로, 홍보규정집이 규정하는 유일한 언어적 매체에 해당한다. 슬로건의 경우 별도의 공직선거법 조항이 없는 만큼 디자인 규정에 비해 내용이 간략하며, 양당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1) 선거벽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5가지, 11가지 선거벽보 디자인 예시를 제공하였다. 레이아웃 면에서는 하단 컬러박스와 우측 기호로 이루어진 기본형A, 하단 컬러박스와 박스 내 좌측 기호로 이루어진 기본형B, 후보자 이름을 세로로 배열한 세로배치형, 사선 박스를 활용한 그래픽활용형 등 네 가지 유형에서는 양당이 유사점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전용색상인 빨강을 중심으로 비교적 명료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보였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청색, 청록색, 녹색 계열로 배색한 각각 8색상, 6색상의 두 가지 타입의 그래픽모티브를 전용색상으로 삼아, 이를 다양하게 활용한 변형 예시를 제공했다.(Table 3 참조)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예시디자인
예시 수	5	11
포인트색상	전용색상(빨강) 적용	그래픽모티브 적용
배경색상	Light Warm Gray, 검정	연회색, 흰색, 그래픽모티브
기호색상	전용색상(빨강), 흰색	노랑, 그래픽모티브 (아웃라인 적용)
색조합	전용색상(빨강), 흰색, 검정	그래픽모티브 적용
색상특성	단일 컬러 아이덴티티 강조	화려한 그라데이션과 배색
레이아웃	안정감 추구	역동성과 운동감 추구

(2) 책자형 선거공보

책자형 선거공보의 경우 양당 모두 선거벽보와 동일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구성할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Table 4 참조)

새누리당은 ‘유권자의 철학과 공약을 진솔하게 담아낼 것’, ‘타 후보자의 홍보물과 차별화된 비주얼과 기억에 남는 공약•카피를 담아낼 것’을 권장하면서 과도한 연출컷과 행사용 촬영사진을 피하도록 하는 등 사진촬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비교적 자세히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내지를 구성함에 있어서 감성적인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첨부했다.

(3) 주요선거홍보물

유니폼과 유세차량 등 주요선거홍보물에서도 색상에 의한 시각적 각인효과를 노리는 전략이 가장 두드러졌다. 새누리당의 경우 전용색상인 빨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래픽은 단순하게 구성하여 명료함을 추구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화려한 그래픽모티브를 통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또한 디자인 예시의 종류 면에서 양당이 차이를 보이는데, 새누리당이 스타디움 점퍼, 티셔츠, 후드티, 바람막이점퍼, 조끼, 모자와 착용번호판 등으로 유니폼을 세분화한 데 비해 더불어민주당은 티셔츠와 스타디움점퍼, 모자 등 3종에 대한 디자인 예시를 제공하였다. 또한 유세차량의 경우에도 새누리당은 기본형, 무대형, 전광판형 등 6종을 세분화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A형, B형의 두 가지 시안을 제시했다. 현수막의 경우 새누리당은 거리현수막, 외벽현수막, 사무실현수막, 보도용 사무실 현수막 규정을, 더불어민주당은 거리현수막과 외벽현수막 규정을 제시했다.

양당의 선거홍보물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차이점은 색상 혹은 그래픽모티브의 사용에서 두드러진다. 양당 모두 전용색상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그 사용과 효과 면에서는 톤 앤 매너 상의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명료하고 정갈한 그래픽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통해 안정감과 일관성을 추구하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운동감 있고 밝은 그래픽과 활동적이고 친근한 분위기를 통해 활기차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Table 5 참조)

(1) 새누리당

새누리당의 경우 ‘간결하면서 강한 메시지’를 중시하며,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이라는 메인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열다섯 가지의 부가적인 문안을 제시하였다.(Table 6 참조) 15개의 슬로건 중 8개에서 ‘1번’이라는 새누리당의 기호를 동음이의어인 ‘일(일자리, 일꾼 등)’과 연관지어 강조한 것이 특징적이다. 메인 슬로건을 포함해 5개 문안에는 ‘개혁’ 키워드가 등장하며, 3개의 문안에서는 상대 정당을 부정적으로 표현, 비교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였다.

(2)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19대 총선 각 지역구 당선자들의 슬로건에서 뽑아낸 공통된 키워드들을 예시로 제공하며, 이를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공통적으로 사용된 키워드들을 감성적 단어와 이성적 단어로 나누고, 이를 서로 다양하게 조합해 포지셔닝하는 방식을 제시하였다. ‘민생, 경제, 개혁, 미래’ 등 새누리당에서 사용한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Table 7 참조)

새누리당은 통일된 슬로건을 제공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키워드를 제시해 적절히 조합할 것을 권장하였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민생, 성장, 발전’과 같은 경제 관련 키워드를 주로 사용해 능력 있는 수권여당의 모습을 강조했다. 이는 일관성과 명료함을 추구하는 이미지전략과도 호응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메인 슬로건에 쓰인 ‘개혁’과 같은 키워드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여당의 입장과 다소 거리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시된 문안 중 적지 않은 네거티브 슬로건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채택할 경우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될 가능성 역시 내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람, 꿈, 미래, 친구’와 같은 감성적 키워드에 ‘국민, 서민’ 등의 사람 키워드를 조합해 비교적 미래지향적이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주력했다.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메시지로, 역동성과 활기를 강조한 이미지전략과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성적 단어로 분류된 서민, 선택, 변화와 같은 키워드들 역시 대부분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유권자의 감성적인 선택에 호소하는 단어들이기 때문에 그 분류기준이 다소 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당의 성향이나 신념과 무관하게 당선확률을 높이는 것만을 목적으로 채택한 방법이라는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두 정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분위기는 서로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지만, 양당 모두 유권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 즉 구체적인 공약이나 후보자의 강점 등을 설명하는 부분이 약하고,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어 위주의 구호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한계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Table 8 참조)

양대 정당의 선거홍보규정집 전반을 살펴본 결과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안정감과 일관성을, 더불어민주당은 활기와 역동성을 주된 이미지전략으로 삼고 있었다. 메시지전략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은 경제 키워드를 통해 능력 있는 여당의 모습을, 더불어민주당은 감성 키워드를 통해 미래와 변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략 차이는 선거 당시에 각 정당이 처해 있던 상황에서 기인한다. 2012년 19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 사이에 두 정당은 서로 완전히 다른 입장에 놓여 있었다. 새누리당은 2011년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총선과 대선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며 2012년 2월부터 사용한 당명과 PI를 계속 유지해 왔다. 비교적 안정적인 4년을 보냈던 새누리당은 2012년에 사용했던 선거홍보규정집을 약간 수정하여 2016년에 그대로 사용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2012년 이후 몇 차례의 창당과 분당 과정을 거치면서 당명이 네 차례 변경되는 변화를 겪었다. 게다가 2015년 12월 총선 예비후보 등록 기간에 새정치민주연합이었던 당명이 2016년 본 총선 기간에는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어, 이전의 선거홍보규정집은 물론 경선 때의 홍보매뉴얼과도 다른 당명과 아이덴티티로 총선 홍보규정집을 제작해야 했다. 아직 완전히 뿌리내리지 않은 이름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배경이 화려하고 적극적인 이미지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유추할 수 있다.

기존의 것을 그대로 유지한 규정집과 새로 개발된 규정집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비교적 안정적인 여건에 놓여 있었던 새누리당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의 새누리당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파란색 아이덴티티를 붉은색으로 교체하며 변화 전략을 선택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미지와 메시지 전략은 여당과 야당이라는 입장 차이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안정을 추구하는 여당은 기존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고, 변화를 추구하는 야당은 당의 내•외부적인 변화와 맞물려 혁신을 꾀했다. 20대 총선은 안정과 변화의 대결이었고, 결과적으로는 변화를 추구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물론 디자인-홍보 전략이 총선 승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변화라는 비전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이와 상응하는 이미지와 메시지 전략이 적지 않은 보탬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사이에도 한 해 동안 완전히 바뀐 판도에 따라 각 정당은 또다시 새로운 이미지와 메시지 전략, 그리고 당명과 아이덴티티까지 만들어내야 했다. 정치상황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정당들은 각자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매번 다른 디자인-홍보 전략을 세운다. 정당이 세운 이러한 전략을 후보자들이 홍보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선거홍보규정집의 역할이다.